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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공부

게임 때문에 핸드폰 안 바꿀래요

by Di마마 2025. 2. 8.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언제 처음 사주시나요?

아둘맘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선물 겸 엄마의 심신안정을 위해 폰을 구매하였습니다.

돌봄도 떨어지고, 육휴도 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했거든요.

 

아이들의 첫 핸드폰 관련하여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써보니 효과 만점인 자녀폰 관리 앱 이라던지,

아이폰에 꼭 해야 할 설정, 핸드폰 요금제,  핸드폰 종류 등등 

 

 

 

나름 실패를 거듭하며 지금은 최적화를 한 상태인데요,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 소개해볼게요.

 

 

게임 때문에 핸드폰 안 바꿀래요

 

 

 

이번에 할 이야기는 게임 때문에 핸드폰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큰 아드님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왜 핸드폰을 바꾸려 하는가?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아둘맘이 굳이 핸드폰을 바꾸려는 이유.

 

첫 번째. 안전입니다.

 

아둘님들, 핸드폰 없으면 하루도 못살면서 참 거칠게 다룹니다.

액정에 금이 쫙 가서 보고만 있어도 불안한데,

큰 아드님은 그 상태로 무려 1년을 썼답니다.

 

쓰는데 문제없던데?

 

 

네 그래요. 본인이 문제없다면야 뭐.. 하고 넘길 수도 있겠으나,

언제나 그 호기심이 말썽입니다.

액정 안쪽에 금이 간 상태였고,

보호 필름이 있어서 사실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그게 궁금하다고 보호필름을 뜯어버린 거죠. 

 

액정에 금이 가도 문제 없다는 아드님

 

 

두 번째. 기능 고장입니다.

 

아이들 용으로 나오는 폰은 사실 사양이 그리 높지 않은 중저가 모델인 경우가 많습니다.

큰 아드님이 사용하는 모델도 그런데요,

5년이 지나니 배터리가 금방 방전돼버립니다.

아드님 말로는 게임도 잘 안 돌아가서 화가 난다 하고요. (이건 좀 장점인 듯..?)

엄마가 필요할 때 전화도 안되고, 위치추적도 안되니 영 불편합니다.

 

이런 이유로 핸드폰을 바꿔주기로 큰 결심을 하였는데!!! 

 

우리 큰 아드님. 게임 때문에 핸드폰 기계를 바꿀 수 없답니다.

 

서버? 계정? 그것만 있으면 트로피 안 날아가?

 

 

아둘맘은 IT업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에어컨, 보일러도 원격으로 제어 가능한 이 시대에 큰아들의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IT와 미디어에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정작 밑바탕에 있는 클라이언트, 서버, 인터넷과 관련된 개념은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아둘맘은 당장 아드님을 앉히고 설명을 시작합니다.

 

"봐봐, 네가 플레이한 게임 데이터는 중앙서버에 저장돼. 

계정만 알고 있으면 단말기가 뭐든지 복구가 가능해." 

"계정이 뭔데? 난 몰라"

 

문득, 제가 한 설명을 1도 못 알아 들었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서버, 계정, 단말기, 복구. 

저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이 단어들이 말이죠.

 

이럴 때는 붙잡고 설명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계정만 있으면, 새 핸드폰에서도 트로피 유지할 수 있어.

뭔지 모르겠으면 찾아봐."

 

내심 새 폰인 갖고 싶었던 모양인지 부산하게 움직이며 유튜브를 키는 아드님입니다.

 

(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모르는 것은 포탈에 검색했었는데,

요즘은 유튜브가 1순위인걸 보면 세상이 변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

 

 

 

 

 

계정 생성 성공! 근데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30분 정도 후. 

계정 생성에 성공한 아이가 진지한 눈빛으로 묻습니다.

 

"엄마. 계정만 있으면 트로피가 유지되는 게 너무 신기해. 이게 왜 돼?" 

 

꿈틀거리는 엔지니어의 본능을 억누르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차분히 설명을 시작합니다.

 

아이가 궁금해할 때 설명하자!

 

 

"서버라는 게 있어. 서버는 엄청 큰 슈퍼 컴퓨던데, 

플레이 데이터도 저장하고, 게임이 잘 동작하는지도 관리하고,

계정도 생성해 주고, 버그패치, 업데이트하는 역할을 해. 

 

계정은 서버에서 사용하는 신분증이야. 

계정이라는 신분증을 보여주면, 그동안 플레이 했던 데이터를 받을 수 있어.

 

지금은 핸드폰에서만 게임을 하지만,

사실 노트북에서도, 태블릿에서도, PC에서도 할 수 있거든.

그때 서버한테 계정을 보여주면 서버가 저장하고 있는 플레이 데이터를 전달해 주는 거야.

 

계정이 없을 때는 게임 데이터가 핸드폰에 저장돼서 

새 핸드폰으로 바꾸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지만,

계정을 만드는 순간 그 데이터들이 서버에도 저장이 돼서

핸드폰을 바꿔도 이전 플레이 데이터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이 모든 것은 핸드폰과 서버가 인터넷이라고 하는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한 마디를 툭 던집니다. 

 

"도서관 회원증이 계정이고, 도서관 선생님이 서버네! 

 회원증만 들고 가면 예약한 책 빌려주거든." 

 

도서관에 예약한 책을 빌리러 갈 때 동생에게 시켰던 경험이 이렇게 응용이 됩니다.

계정(회원증)만 있으면, 단말기(본인, 동생)가 무엇이든 데이터(예약한 책)를 갖고 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와 대화 속에서 오늘도 성장합니다. 

 

아이와 부모 간 멋진 대화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거나
사이가 전보다 가까워졌거나 
주제에 몰두해 서로의 생각을 편안하게 주고받은 대화이다.

 

 

하버드 대학의 언어학자 리베카 롤런드는 "부모의 문답법"이라는 책에서 멋진 대화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멋진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아이의 학습 능력이 좋아지고 창의력과 행복감을 키울 수 있다고요.

 

큰 아드님과의 대화에서 문득 이 구절이 떠오른 건 

아이뿐만 아니라 저 역시 행복감을 느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 그래서 핸드폰은 어떻게 됐냐고요?

결국 새 폰으로 바꾸었습니다. 

(왜 형만 바꾸냐며 토라진 둘째 덕에 둘째 폰도 바꾼 것은 안 비밀입니다.)

 

그래도 하나 배웠다고 이것저것 동생한테 알려주며,

엄마 도움 없이 무사히 게임 이전에 성공한 아둘님들과 함께 

오늘도 한걸음 성장하는 아둘맘입니다.